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 뉴스씬]
[뉴스씬 박수환 기자]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추진 중인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신규 발전소 건설 없이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계획된 발전설비를 차질 없이 확충하고 송전망을 보강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반도체 팹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적기 구축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18일 사단법인 넥스트(NEXT 그룹)가 발간한 '호남 반도체 팹, 전력 공급의 조건'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 지역에 들어설 반도체 팹 4기의 예상 전력 수요는 총 6.3GW다.
넥스트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발전설비가 예정대로 구축되고 호남권 송전망을 추가로 보강할 경우 별도의 신규 발전소를 짓지 않더라도 팹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서는 2029년까지 변전소 2곳을 새로 건설해 우선 3GW의 전력을 공급하고, 이후 공급 규모를 6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건설하는 메모리 반도체 팹은 2029년 1차 완공을 거쳐 2030년부터 초기 양산에 들어가는 일정이 제시돼 있다.
전력 수요는 팹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넥스트는 부지와 가동 시점,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호남 팹을 대상으로 2030년과 2031년의 전력 수요를 분석했다. 팹 2기가 가동되는 2030년 전력 소비량은 23.5TWh로 추산됐으며, 4기가 모두 가동되는 2031년에는 46.9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31년 전국 예상 전력 소비량 643.2TWh의 약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발전량 자체보다 이를 산업단지까지 전달할 송전망이다.
넥스트는 팹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반영된 선로 외에 약 7.2GW 규모의 추가 송전선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약 4.2GW는 팹 2기가 가동되는 2030년 이전에 구축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전력 공급 경로로는 영광에서 호남 반도체 산단으로 이어지는 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안과 장성을 거쳐 팹으로 연결되는 송전축도 주요 공급 경로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팹의 전력 확보 여부는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느냐보다 송전선로를 계획된 일정에 맞춰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규모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수용성이 낮을 경우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추가 투자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넥스트는 반도체 팹 가동으로 전력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경우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 시나리오에서 2031년 전환부문 배출량은 144만4000t으로 예상됐다. 이는 2035 NDC 기준으로 산정한 2031년 목표 배출량인 134만4000t(53% 감축 시나리오)과 130만7000t(61% 감축 시나리오)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53% 감축 경로에서는 태양광 12GW를, 61% 감축 경로에서는 19GW를 추가 설치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ESS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필요한 추가 저장장치 규모는 태양광 12GW를 추가하는 경우 4.6GW, 19GW를 추가하는 경우 6.3GW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2031년 전체 배터리 용량은 각각 12.5GW와 14.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배터리는 정격 출력 기준으로 6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재생에너지와 ESS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전체 전력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넥스트는 2031년 총비용이 53%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2.6%, 61%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4.1%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전력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각각 kWh당 2.5원과 3.9원으로, 2025년 평균 판매단가의 1.5%와 2.3% 수준이다.
특히 태양광과 ESS에 투입되는 건설비의 절반가량은 연료비 절감을 통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넥스트는 호남 반도체 팹의 핵심 과제가 단순한 전력 공급 능력 확보가 아니라 송전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계획대로 추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팹 가동에 필요한 송전선로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년까지 준공돼야 하는 만큼 송전망 구축이 늦어질 경우 반도체 생산 일정뿐 아니라 호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 문제는 '발전소를 더 지을 것인가'보다 '기존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산업단지까지 전달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NDC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와 ESS 투자까지 병행돼야 하는 만큼 송전망 인허가와 지역 수용성 확보가 향후 사업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